모바일 메뉴 열기
Lab 소식
사회혁신 포커스

23호 : 디자이너가 품은 마을, 마을이 품은 청년 – 독산4동의 상호호혜적 제도배열 

23호 : 디자이너가 품은 마을, 마을이 품은 청년 – 독산4동의 상호호혜적 제도배열 

 

서울시 금천구 독산4동 주민센터에는 마을 디자이너가 있다. 그녀는 지난 5개월 동안 독산4동의 골목을 관찰하며, 낮과 밤의 골목 풍경을 구별했다. 그리고 낮과 밤의 골목을 보다 주민들에게 유익하고 안전하도록 개선하자는 ‘마을의 골목을 밝히는 아이디어 제안'을 내 놓았다. 그녀에게 주어진 업무는 마을 공간을 주민들에게 유익하도록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독산4동에 상주하며 마을을 경험하고 문제를 인식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디자인적 해법을 제안하는 데 이른 것이다. 
마을 디자이너는 바로 27세,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청년이었다. 그녀는 ‘정규직’에 대한 바람이 크게 없다. ‘불안정’을 두려워하는 것도 어쩌면 사치이다. 문제는 전문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버터야 하는 시간들이다. 전문디자이너로 성장하기 위해 “손 놓으면 끝나”지 않도록 주변 관계망을 통해 경력이 될 만할 일자리를 찾아야하고, 이것이 가능하더라도 150~200만원의 월급으로 최소 3년은 살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런 그녀에게 독산4동은 기회이다. 독산4동이 보여주는 서로 다른 제도들의 교집합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처럼 잘 설계돼 있다. 디자이너 역할에 대한 이해가 높은 첫 민간 동장, 청년 취업을 지원하는 서울시의 뉴딜일자리 정책, 청년디자이너와 전문디자이너를 매개해주는 서울디자인재단. 이 모든 것의 교집합이 사회초년생 청년 구직자에게는 일 경험 기회를 제공했고, 독산4동 주민들은 마을디자이너의 손길을 느끼게 됐다. 다양한 제도의 조합이 서로간의 필요를 채워주는 상호 호혜적 효과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도가 잘 설계됐다고 해서, 그 제도의 성공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제도 그 자체와 제도의 실제 작동은 항상 거리가 있기 마련이며, 제도의 성공은 관계된 다양한 행위자들의 지속적인 노력에 달려있다. 독산4동에서 교차하고 있는 제도들은 사실 굉장히 작은 제도, 어쩌면 정책 수준의 미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작은 변화들이 서로 잘 맞물릴 때 거시적 수준의 제도 변화보다 더 의미 있는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이제 시작이다. 제도의 성패는 제도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독산4동의 주민들과 주민센터, 청년디자이너, 그리고 서울시, 서울디자인재단의 손에 달려있다. 

23호 : 디자이너가 품은 마을, 마을이 품은 청년 – 독산4동의 상호호혜적 제도배열(정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