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뉴 열기
Lab 소식
사회혁신 포커스

44호 : 도시와 성매매, 여성인권의 사이에서

사회혁신리서치랩은 〈사회혁신포커스〉44호로 도시 성매매 집결지 문제를 다룬다. 도시의 역사 및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도시 성매매 집결지 문제를 통해 우리의 도시를 독해하는 또 다른 시선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여성인권센터 [보다] 활동가인 이하영이 썼다.

여성인권센터 [보다]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의 부설상담소로 성매매피해여성 상담과 도시 내 성매매업소 집결지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특히 [보다]가 위치한 성북구 길음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성매매집결지인 ‘미아리 텍사스’가 있으며 현재 100여개의 업소, 300여명의 여성들이 일하고 있다. [보다]는 ‘미아리 텍사스’의 공동체적, 여성인권 관점에서의 해결을 위해 성북구 시민사회네트워크 구축 활동 등 다양한 방식의 고민하고 있다.


 

서울에는 2017년 현재, 하월곡동(미아리 텍사스), 천호동(천호동 텍사스), 영등포 성매매집결지가 영업 중이다. 2011년에 용산 성매매집결지가, 2017년에 청량리 성매매집결지가 폐쇄됐다. 영등포 성매매집결지는 바로 맞은편에 신세계 백화점과 타임스퀘어가 들어선 후 주민들의 민원으로 폐쇄 시도가 있었지만 업주들과 성매매여성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는 폐쇄를 대비해 성북구의회에서 성매매여성 자활지원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성매매업소 업주들의 반발로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의 성매매집결지는 도심 한가운데, 특히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폐쇄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의 경우, 재개발 시행사가 선정되었고 재개발조합도 이미 설립된 상황이다. 대규모의 뉴타운 단지가 바로 건너편에 들어서 있다.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의도적인 고려가 없다면 성매매집결지가 있었던 공간을 그대로 밀리고 토지주와 건물주, 성매매업소 업주들은 보상을 받고 떠날 것이고 성매매여성들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다른 성매매업소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청량리 성매매집결지의 폐쇄 과정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그리고 성매매집결지는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공간이자 없었던 역사인 것처럼 모두의 기억과 공간에서 삭제될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의 성매매집결지 폐쇄 과정은 여타 도시재개발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막대한 불법적 이득을 취해왔던 토지주가 개발의 이익을 가장 많이 가져가며, 세입자들인 성매매업소 업주들이 일정정도의 보상을 받고 떠났다. 그리고 어떠한 기록도 전혀 남기지 않았던, 여러 집결지들을 옮겨다니던 성매매여성들은 다시 흔적을 남기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뿐이다. 그나마 2016년 청량리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는 쪽방 성매매업소를 중심으로 한 고령의 성매매여성들은 임대주택을 분양받았으며, 1인당 10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것도 유리방의 젊은 여성들은 업주들이 중간에서 횡령해 보상금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떠났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현재 이 문제 때문에 고소・고발이 진행 중이고 철거가 잠시 중단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결지가 폐쇄되기 전 성매매여성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고민해야 할 것은 공간에 기억을 남겨두는 것이다. 공간은 단순히 비어있는 빈 용기가 아니다. 지난 백여년 성매매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그곳을 거쳐갔던 여성들의 고통과 삶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우리가 성매매여성들을 외면했던 시간들을 품고 있다. 우리가 이 공간을 기억하는 것은, 성매매가 단순히 개인의 선택과 불운이 아니며, 성매매를 허용해왔던, 가난하고 취약한 여성들을 성매매로 내몰았던 우리 사회의 책임을 환기하기 위해서이다.

 

[사회혁신포커스 44호] 도시와 성매매 여성인권의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