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뉴 열기
연구
주거/주택

[16/07/19] 젠트리피케이션, 가치의 충돌과 시민의 정체성

현재 우리사회에는 서로 다르면서도 ‘밀려남’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세 가지 사건이 있다. 첫째는 가수 리쌍의 건물을 둘러싼 임대차 분쟁, 둘째는 뉴타운 재개발 추진과정에서의 지역 갈등, 끝으로 서울 ‘엑소더스’라고 불리는 서울 인구의 급격한 감소이다.

한국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부동산 문제를 둘러싸고 극단적인 갈등과 투쟁으로 점철돼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두 가지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소유권과 점유권(주거권)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적인 사회적 담론과 대안이 도출되지 않고 여전히 갈등과 투쟁이 거듭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바로 이 두 가지 가치 모두 존중받을만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갈등이 생산적 담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갈등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가치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고려되고 동등한 무게로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사회는 ‘소유권’이라는 가치에 더 많은 무게를 두어왔고, 소유권에 가려진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만을 논의해왔다. 반면 국제사회 및 학계는 부동산 문제를 이미 오래전부터 소유권을 넘어, 복지(welfare)의 관점에서 거주(accommodation)와 이를 구성하고 있는 가정(household)의 가치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소유권과 점유권(주거권)이라는 가치가 동등한 무게로 다루지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소유권’과 ‘점유권(주거권)’이라는 가치는 각각 사회적 타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 가치가 동등한 무게로 논의된다고 해서 지금의 이해갈등구조를 쉽게 넘어서는 해결책이 모색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왜냐하면, 정당한 가치들이 충돌할 때 숙의의 과정에서 행위자들은 ‘정의로운 상태(just state)를 성취하는 원리’와 ‘개인의 정당한 기대를 방해하는 원리’ 사이를 불안하게 오고가게 되며, ‘이상적 분배’와 ‘현 구조 하에서 수혜를 입은 사람들의 정당한 기대충족’ 사이 갈등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상적 분배’ 혹은 ‘정의로의 상태’는 임차권(주거권) 보호일 수 있지만, ‘개인의 정당한 기대’에서 보면 소유권 역시 또 다른 ‘정의’일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생산적 숙의 과정을 거치더라도 정의에 관한 논의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최소주의적 논의에 한정되면서, 실질적으로 단순히 최악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보호 수준에 그쳐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정치철학자 Weale(2004)은 숙의 민주주의가 강조하는 공유된 원리와 가치에 대한 호소는 사실상 특정 사회의 정치 문화, 즉 역사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운동에 의해 형성되어온 문화를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향후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논의할 때, 소유권과 점유권(주거권)이라는 각각의 정당성 논의를 넘어서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정체성을 다양하게 고려하며 논의를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소유주와 임차인(세입자) 문제를 넘어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시민적 고려를 반영하여 사회적 담론을 형성해 가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부동산 문제가 비단 소유주와 임차인(세입자) 문제를 넘어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노동자의 관점, 가장의 관점에서, 청년의 관점, 여성의 관점, 실업자의 관점, 장애인의 관점 등 다양한 시민의 정체성을 결합하여 현재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사회혁신의 시작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최소주의적 처방을 넘어 우리 모두가 그리는 바람직한 사회를 향한 열망을 담아낼 수 있으며, 우리사회의 구성물로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 표와 그림을 포함한 전문을 보시려면 하단의 첨부파일을 클릭해주세요.

(16호)160719_사회혁신포커스_젠트리피케이션_정미나